‘20년 억울한 옥살이’ 윤성여씨 재심서 무죄…“사법부 구성원으로 사과”
김병철 기자
입력 2020 12 17 14:25
수정 2020 12 17 14:36
이춘재 8차 사건 발생 32년 만에 한 풀어
법원 “오랜 옥고로 고통…명예회복 도움되길”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윤씨는 최후진술에서 “’왜 하지도 않은 일로 갇혀 있어야 하나‘, ’하필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등의 질문을 30년 전부터 끊임없이 던져왔다”며 “그때는 내게 돈도 ’빽‘도 없었지만, 지금은 변호사님을 비롯해 도움을 주는 많은 이가 있다.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이 낭독되자 윤씨는 20년 옥살이의 한을 푼 듯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부터 재심 청구, 재판 전 과정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 그리고 여러 방청객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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