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상 사기 아니다”…인천 125억 전세사기 ‘건축왕’ 혐의 부인
125억원 전세사기 ‘건축왕’ 첫 공판서 혐의 부인
“법리상 사기 아니다…검찰 법 적용 문제 있어” 주장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엄벌 및 재산환수 호소
지난 2월 전세사기 피해자 극단적 선택하기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A씨의 변호인은 5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 공소장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리상으로는 사기가 될 수 없다”라며 “검찰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담담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법정에는 A씨와 함께 범행했다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도 출석했다.
이들도 “(A씨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거나 “1만 6000쪽에 달하는 검찰 기록을 아직 복사하지 못했다”라며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15일 사기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그와 공모한 공인중개사 B(46)씨 등 공범 6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지난 21일에는 A씨와 공모한 C(41)씨 등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1명이 사기,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아 추가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해 자신의 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를 직접 지어 임대사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준공 대출금이나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대출이자와 직원 급여를 돌려막는 수법으로 2700여채의 주택을 보유했고 이를 다시 임대사업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공모한 공인중개사들은 아파트나 빌라의 실소유주가 A씨인 사실은 숨긴 채 피해자들과 전세 계약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른 공인중개사 명의의 부동산을 서로 중개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 나갔다.
A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를 임대 해주고 전세보증금으로 125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재판이 열리기 전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는 “피고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라며 “‘고소 취하가 피해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라면서 마치 임차인을 위하는 것처럼 피고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끝까지 사기를 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법정에서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주자 “(이번 사건은)2800여 피해 세대, 230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이 걸려 있다. 길거리에 나앉고 급기야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하려는 피해자들의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면서 “피고인들을 엄벌하고 재산을 환수해 피해를 회복하고 살 수 있게끔 도와달라”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지난 2월 기준 A씨 소유 주택 중 690세대가 경매에 넘어갔고, A씨로부터 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한 30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김기성 인턴기자·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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