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낀 ‘아내 살해’ 변호사, 前국회의원 父 증인신청 …“연기 그만해”
권윤희 기자
입력 2024 02 28 13:06
수정 2024 02 28 13:49
두번째 공판서 “다툼 중 우발적 상해치사” 주장
피해자 유족 방청…“연기 그만해” 고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28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51)씨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예기치 못한 다툼으로 인해 발생한 우발적 상해치사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행 도구는 (공소장에 적시된) 쇠파이프가 아니라 고양이 놀이용 금속막대”라며 “피해자를 수차례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모두 인정하지만, 이혼 다툼 중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범행했다는 공소사실은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평생에 걸친 사죄를 해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기에 엄중한 심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피고인도 ‘당시 무언가에 씌었는지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또 “피고인의 부친이 범행 경위와 성행·사회성 등을 알고 있다”며 다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알려진 A씨의 아버지를 양형 증인으로 신청했다.
양형 증인은 유·무죄와 관련 없이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신문하는 증인을 뜻한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 측 의견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서로 충돌할 수 있다”며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A씨는 이날 변호인의 의견 진술을 듣다가 큰 소리로 흐느끼기도 했다.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은 준정부기관에 근무했던 피해자가 전날 수상한 국회의장상 상장과 명패를 들고 방청석에 앉아 A씨를 향해 “연기 그만해”, “그런다고 살아 돌아오냐”고 외쳤다.
● 협의없이 자녀 데리고 이주하고 아내 불륜 의심
두 번째 이혼소송 제기 뒤 한달도 안돼 아내 살해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결혼 무렵부터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있다’는 등 비하 발언을 해왔다.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아들·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한 뒤로 본격적으로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다.
A씨가 아내에 전송한 메시지에는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너의 대응이 흡사하다’,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영상전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거나, 최근 3개월간 통화내역을 보며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2019년부터 자녀들에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
또 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영어 욕설을 시키거나, 아들에게 ‘어디서 또 나쁜 짓하려고 그래’라고 말하게 하고 이를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했다.
견디다 못한 A씨의 아내는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A씨가 ‘엄마의 자격·역할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쓰면서 한 달 만에 소를 취하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A씨는 아내 직장으로 수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험담을 이어갔다.
A씨는 지난해 가족이 뉴질랜드로 여행을 갔을 때 초행지에 아내만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추석 명절에는 아내에 알리지 않고 자녀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별거를 택한 아내가 딸과 함께 머무는 곳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관에 퇴거조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딸에게 ‘가난한 아내의 집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장모에게도 ‘이혼을 조장하지 말고 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쳤어야지’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음날 아내는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3일 살해당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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