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엄마 퇴원하는 날인데…” 청천벽력 같은 참변에 넋놓고 오열
입력 2018 01 26 23:04
수정 2018 01 27 02:42
유족들의 안타까운 사연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들이 이송된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비통함 그 자체였다.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가족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직 가족의 사망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숨진 37명 가운데 8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 26명에 달했다. 5층에 입원해 있던 99세 할머니를 포함해 90대가 9명이었으며, 80대 17명, 70대 4명, 60대 4명, 40대 1명, 30대 2명씩이었다. 2층 병실에서 가장 많은 1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3층 중환자실에서 8명, 5층 병실에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세종병원 2층 입원실에서 책임 간호사로 일하다 숨진 김모(49·여)씨의 남동생(46)은 누나의 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누나가 발견된 장소는 세종병원에서 약 20m 떨어진 길 건너 노인회관이었다. 그는 “담요에 덮여 있는 누나에게서 체온이 느껴져 살려 달라고 고함을 쳤는데도 의료진이나 구급대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외침에 김씨는 뒤늦게 밀양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10시 49분쯤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병원 5층에서 입원 중이던 어머니를 잃은 윤모(60)씨는 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서 TV에 나오는 소방당국 관계자의 기자회견을 보며 울분을 토했다. 윤씨는 “어머니 시신의 입가에 검은 연기로 인한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면서 “연기가 2층 이상 올라가는 것을 차단했다는 소방당국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씨는 “어머니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소방당국이 1층에서 연기를 차단하지 못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라면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21일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슬픔에 잠겼던 충북 제천의 시민들도 이날 밀양 화재 소식을 듣고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안타까워했다.
밀양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밀양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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