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로 옮겼나”… 대피한 노인 환자들 극심한 불안 증세
강원식 기자
입력 2018 01 29 22:34
수정 2018 01 29 22:56
분산 수용 세종병원 94명은
구조 중 건물에 부딪혀 부상갑작스런 건강 악화 우려 커
치매·부정맥 앓던 80대 숨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불이 난 건물과 연결된 세종요양병원에는 장기 요양 환자 94명이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대피한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세종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70~90대 고령인데다 치매 등 여러 가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혼자서는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들이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대와 병원직원, 시민들이 업고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벽이나 계단에 부딪혀 다친 환자들도 있었다.
의료진과 보호자들은 고령의 요양환자들이 영하의 추위 속에 얇은 환자복만 입은 채 건물 밖으로 나온 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놀라고 추위에 시달리는 등 충격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염과 연기로 뒤덮인 당시 병원 상황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자 이모(60·부산시)씨는 “어머니(92)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아들과 함께 정신없이 가보니 어머니가 장례식장 안에 대피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 어머니는 두 다리가 불편해 혼자서는 한 발짝도 다닐 수 없어 휠체어를 이용한다. 이씨는 “너무 놀라 온몸이 떨려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다”고 했다.
6명이 이송돼 입원해 있는 창원시 동창원요양병원 측은 “병원이 왜 바뀌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가 뉴스를 보고 화재로 대피한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안 환자도 있다”며 “고령의 환자들은 환경변화나 작은 충격에도 질환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치매와 천식, 부정맥 등 노인성 질환으로 세종요양병원에 입원했던 김모(86·여)씨는 이번 화재로 새한솔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 호흡곤란이 악화돼 지난 28일 밤 11시 50분쯤 사망했다.
G요양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인 한 할머니(84)는 “아침을 먹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소방차와 구급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누군가한테 업혀 나왔다”며 “지금도 가슴이 ‘쿵쿵’거리고 숨이 가쁘다”고 불안해 했다.
대피 직후 보건소 측에서 지정해준 병원이 불편해 요양병원을 몇 차례 옮겨다닌 환자들도 있고, 가족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