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박수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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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에서 뜻밖의 미술관을 만났다. 지인이 ‘박수근미술관’에 가자고 했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지역 출신 유명인을 내세운 기념관이 사진 몇 장과 연표에 그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구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거친 화강석 건물은 박수근 그림의 질감을 닮아 주변 풍경과 꽤 잘 어울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더 놀라웠다. 기증품에만 기대지 않고 꾸준히 박수근 작품을 구입해 소장품을 늘려온 덕분에 전시도 제법 풍성했다.

그중에는 박완서의 등단작 ‘나목’의 모티프가 된 ‘나무와 두 여인’도 있다. 전쟁 때 미군 PX에서 박수근을 알게 된 작가는 훗날 그의 나무 그림에서 소설의 씨앗을 얻었다. 지금 열리는 ‘마티에르’전에는 최근 수집한 ‘목련’과 ‘비둘기’도 있어 전시의 밀도를 더한다.

유명인의 이름을 관광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이름에 걸맞은 공간을 만들고 오래 채워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양구에서 본 것은 박수근의 그림만이 아니었다. 작은 지자체도 문화사업을 이렇게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박상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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