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조사 불응 버티는 양승태… ‘판사 사찰’ 인정한 김명수
이민영 기자
입력 2018 06 01 22:48
수정 2018 06 02 00:15
같은 날 전면에 나선 전·현 대법원장
梁, 자택 앞 돌발 기자회견 자처했지만재판 개입에 “답변 않겠다” 의혹만 키워
金 “잘못된 관행 바꿔야” 판사들에 메일
형사 고발 카드만 남아… 대법 결정 주목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돌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을 두고 관여하거나 흥정한 적은 없다며 재판 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없다며 블랙리스트 의혹도 손사래 쳤다. 양 대법원장은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런 일로 혹시 마음의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제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김 대법원장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된 법관들께,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국민들의 무거운 질책을 견디고 계신 법관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판사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판사 사찰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어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법관으로서 자존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면서 “양심을 동력으로 삼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본인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반박하는 자리에서 대법원 재판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의혹과 관련된 사실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면서 의혹만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재판 개입과 관련된 문건에 대해서도 상관없는 일이라거나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대법원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혔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가 있더라도 불응할 뜻을 밝히면서 김 대법원장이 확실한 진상 규명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형사 고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퇴직 고위 법관을 형사 고발하지 않고 현직에 남은 법관만 징계할 경우 문건 작성자 등 실무자에 대해서만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김 대법원장은 특조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관련 법관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지만 형사 고발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혀 왔다.
전날에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법발전위원회, 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11일 예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형사상 조치의 결정 시기를 뒤로 미룬 셈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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