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지 논의·업무 개편에 간판마저 흔들리는 ‘檢 공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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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업무’ 대공수사 축소 가능성에 촉각
檢개혁위 ‘업무 90%’ 노동사건 분리 권고
수사권 조정 논의서도 선거 사건만 남아
‘공익부’로 명칭 변경 논의도 지지부진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 검찰 공안부 개편도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공, 노동, 선거 사건을 담당하는 공안부는 현재 노동을 업무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대공 수사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커 공안부 존폐를 둘러싼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안부는 담당 분야에서 노동을 따로 떼어내 형사부로 넘길지, 독자적인 부서를 만들지 고민 중이다. 공안부의 노동 분리 방안은 지난 6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토를 지시한 사항이다.

지난해 기준 공안부가 다룬 사건 중 노동 사건이 90.2%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출입국 관련 사건이 7.0%, 선거 사건 2.0% 순이었다. 과거 공안의 상징이었던 대공 사건은 0.1%에 불과했다. 공안부 검사 대다수가 고용노동청에서 송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을 담당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노동 아카데미를 정기 개최하는 등 노동 사건 수사지휘 업무를 위한 공안부 검사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대검 공안부는 지난 4월 노동법이론실무학회와 ‘형사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법’이라는 공동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대법관이 된 김선수 당시 변호사가 노동법 전문가로 강연에 나와 공안부 폐지, 축소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 해빙 분위기를 타고 재점화된 정치권의 국가보안법 논쟁은 공안부 검사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도 선거를 제외한 공안 업무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서 빠졌다. 공안부의 명칭을 ‘공익부’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업무 영역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노동이 공안부에서 분리되면 사실상 대공 업무만 남는데 그렇다면 공익부로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안 검사들의 분위기는 착잡하다.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한 검찰 간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공안 인기가 크게 줄었는데 이대로라면 공안을 지망하는 검사가 전무할 것”이라며 걱정을 나타냈다. 한 공안부 검사는 “최근 흐름을 보면 공안부에는 선거 사건만 남게 되는데, 선거 사건이 늘 있는 것도 아니라 사실상 공안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공안부 검사는 “국가보안법이 개정되거나 공안부가 사라지더라도 실질적 의미의 대공 수사 업무는 남을 수밖에 없다”며 “형법상 내란·외환의 죄 등도 공안 수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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