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책임자”…‘260쪽’ 양승태 영장청구서 보니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지난해 10월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형평성 등 고려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9.1.12 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9.1.12 연합뉴스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

18일 검찰이 밝힌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다.

지난해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방침에 따라 임종헌 전 차장이 재판 개입,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등을 이행했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을 주도한 점이나 수사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실무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된만큼 이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양 전 대법원장도 구속해야한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은 가장 심각한 핵심 범죄 혐의에서 단순히 지시나 보고받은 것을 넘어서 직접 주도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260쪽에 달한다. 임 전 차장의 경우 230쪽이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207쪽)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92쪽)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과 대부분 혐의가 유사한데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되지 않는 혐의도 있어 임 전 차장보다 분량이 많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6개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지위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외부와 접촉해 행동한 부분이 추가로 많이 있다”며 “법관사찰의 경우 최종 인사 결정권자인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나 임종헌 전 차장보다 적극적으로 주도했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세차례 검찰에 출석해 27시간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는데, 이러한 양 전 대법원장 진술이 검찰이 확보한 증거나 진술과 반하는 점 등도 영장 청구 배경으로 꼽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다”, “죄가 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기로에 놓인 양 전 대법원장의 운명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카카오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dayBest
  1. 제주도 간 中여성의 분노…“1박에 5만원이라더니 ‘1100만원’ 나갔다” 무슨 일

    thumbnail - 제주도 간 中여성의 분노…“1박에 5만원이라더니 ‘1100만원’ 나갔다” 무슨 일
  2. “ㄷ여대 출신, 거르고 싶다…며느리로도 안 돼”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SNS 보니

    thumbnail - “ㄷ여대 출신, 거르고 싶다…며느리로도 안 돼”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SNS 보니
  3. ‘배달 치킨’ 앞으로 더 비싸진다?…“퇴근 후 치맥, 이제 못하겠네요”

    thumbnail - ‘배달 치킨’ 앞으로 더 비싸진다?…“퇴근 후 치맥, 이제 못하겠네요”
  4. “메시, 호날두 다음으로 뛰어난 선수”…손흥민에 극찬 쏟아진 이유는?

    thumbnail - “메시, 호날두 다음으로 뛰어난 선수”…손흥민에 극찬 쏟아진 이유는?
  5. “63명이 로또 1등이라고? 조작 아냐?”…동행복권, 조작 논란에 결국

    thumbnail - “63명이 로또 1등이라고? 조작 아냐?”…동행복권, 조작 논란에 결국
  6. “대표가 강제로 만졌다” 걸그룹 폭로…소속사 “성적 접촉 없었다” 반박

    thumbnail - “대표가 강제로 만졌다” 걸그룹 폭로…소속사 “성적 접촉 없었다” 반박
연예의 참견
더보기
여기 이슈 뉴스
더보기
갓생 살기
더보기
광고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