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준희양 사건 수사 난항…학대치사 혐의입증 쉽지 않아
김지수 기자
입력 2018 01 03 14:18
수정 2018 01 03 14:18
친부·내연녀 살해 또는 학대치사 혐의 완강히 부인
단순 유기 마무리시 경찰 수사력 한계 비난 커질 듯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와 내연녀가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아 경찰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친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의 어머니 김모(62)씨는 숨진 준희양을 군산 한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을 인정했다.
고씨는 “4월 26일 오전에 준희가 죽은 것을 알고 김씨 집에 시신을 맡겼다. 시신 처리 문제를 고민하다가 이튿날 준희를 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내연녀 이씨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준희양 시신 유기에 가담한 사실을 뒤늦게 털어놨다.
그러나 이들 모두 준희양이 사망에 이른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숨진 준희양이 고씨와 이씨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한 것까지는 파악했으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준희양 시신 1차 부검결과도 친부 등에 의한 살해나 폭행치사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볼 수는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이들의 구속 기한(10일) 만료가 임박함에 따라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준희양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힌다는 계획이지만, 추가 자백이 나오지 않는다면 살해나 학대치사 혐의 입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을 5일까지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준희양을 친모 가족이 화장한 탓에 추가 물증 확보도 불가능해 사실상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이 사건이 단순 유기 사건으로 마무리 될 경우 경찰 수사력 한계에 대한 비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 모두 시신 유기 혐의는 인정하고 있으나 준희양 사망 경위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은 피하고 있다”며 “자백이 없다면 시신 유기보다 무거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주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나온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4일 오전 준희양이 숨진 완주 한 아파트에서 우선 시신 유기 부분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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