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父 대신 가장 역할…꿈 많던 22살, 5명 살리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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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사가 꿈이던 조병훈씨
뺑소니에 치여 뇌사상태 빠져
“생명 살리는 일”…기증 결심

조병훈(22)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병훈(22)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적을 바라며 다시 깨어나길 희망했지만, 다시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 4월 1일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에서 22살 조병훈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조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하여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조병훈씨는 지난 3월 17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귀가 중 음주 운전 뺑소니에 치여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조씨는 아버지가 6년 전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사망한 이후 가장 역할을 해왔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자기 용돈을 스스로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병훈씨는 활발하고 사교성도 뛰어났고, 어려운 친구를 먼저 돕는 마음 따뜻한 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태권도 4단을 땄으며, 지역 태권도 대회에 나가 금메달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아이들에게 즐겁게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육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에 입학한 조씨는 총학생회에서 문화체육국장으로 체육대회 및 학교 다양한 행사를 도맡아 일할 정도로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22살 청년의 숭고한 생명나눔으로 5명의 생명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리며, 생명나눔을 연결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도 숭고한 나눔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조씨의 어머니 이경희씨는 아들을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병훈아, 이제 너를 만날 순 없지만, 너의 몸 일부라도 다른 사람 몸에서 살고 숨 쉬고 있는 거니까.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힘들었던 거는 다 잊고 새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사랑해.”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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