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조건부 동의 후폭풍… 사업 추진에 다시 쪼개지는 제주
강동삼 기자
입력 2023 03 06 16:00
수정 2023 03 06 16:54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 제공
항공 안전 위해 조류 충돌 방지 대책 마련
법정 보호생물 보호· 숨골 조사와 저감방안 조건
찬성측“적극 환영” 반대측“자기결정권 뿐”
향후 제주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기본계획 고시
오영훈 “제2공항 주체 제주와 도민 배제 깊은 유감”
하지만 제2공항을 둘러싸고 수년째 찬반공방으로 갈라졌던 제주사회가 또 한번 둘로 쪼개져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시에 있는 기존 제주국제공항과 별도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545만 7000㎡에 길이 3200m 활주로 1개를 갖추는 총 사업비 6조 6674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국토부 기본계획수립용역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는 5조 3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 4000억원, 취업유발효과 5만 441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앞선 2019년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환경부에 제출한데 이어 그해 9월 본안을 제출했지만 환경부가 3차례 보완요구를 했고 2021년 7월 2년 여만에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의 반려 이유로는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에 대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토부는 1년간의 추가 연구를 통해 이를 보완해 올해 1월 5일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다시 요청했다. 환경부는 다시 접수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친 결과, 상위 및 관련 계획과의 부합성이 인정되고,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 타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조건부 협의를 통보했다.
‘조건부 협의’내용을 보면 먼저 행정계획 확정 및 이후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쟁점을 해당 계획과 사업 승인 등에 검토·반영하도록 했다.
또한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그에 따른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조류 충돌 위험관리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하도록 했다.
특히 그간 제기됐던 항공소음 영향 및 대책, 법정 보호생물 보호 및 숨골(물이 주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하로 유입되는 지질구조의 입구) 영향 등에 대해서도 정밀한 현황조사와 저감방안을 철저히 강구하도록 했다.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를 통보함에 따라 향후 국토부가 제주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기본계획 고시하게 된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기관은 환경부가 아닌 제주도가 된다.
결국 ‘제주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제2공항 추진사업은 ‘제주도의 시간’이 오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시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는 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시에도 환경영향평가 협의안 처리놓고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검해 의사봉을 던지는 등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협의 결정과 관련 “결정 여부를 떠나 이번 진행과정에서 왜 제2공항의 주체인 제주와 도민을 철저하게 배제했는지 또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70만 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매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민과 함께 지난 2021년 반려 사유였던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과 서식지 보전 등 네가지에 대한 국토부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면서 “도민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지켜내며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을 없애면서 제주의 빛나는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성산포 등을 중심으로 찬성하는 쪽은 이미 포화상태인 현제주공항을 이용하는 국민과 도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 등 대체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공항 이용객은 2019년 3132만명으로 국내 공항 중 이용객 최고로 활주로 용량이 이미 102%로 초과했다. 더욱이 현 제주공항의 경우 한라산 때문에 본 활주로가 남북 방향이 아닌 동서 방향으로 뻗은 유일한 공항이어서 본토 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일년 내내 받아 조종사들조차 착륙 난도에 애를 먹고 있다.
제주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연대 성산청년 희망포럼은 “조건부 협의에 적극 환영한다”면서 “내심으로 동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지만, 보완이 필요한 환경적인 요인은 세밀하게 검토해 제2공항의 다음 절차까지 순조롭게 가길 희망하고, 국토부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제주제2공항 건설이 신속히 추진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21년 실시된 한국갤럽 2차 여론조사에선 제주도민의 반대가 47%로 찬성 44.1%보다 2,9%포인트 높아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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