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을 염원하며… “윤대통령,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달라” 공식 요청
강동삼 기자
입력 2023 03 07 11:31
수정 2023 03 07 11:31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김창범)와 행불인유족협의회(회장 양성홍)는 7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때 윤석열대통령이 참석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건의하며 이같이 요청했다.
유족회는 “70여 년 동안, 생존희생자와 유족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가슴에 가늠하기조차 힘든 응어리를 간직한 채 살아야만 했던 한 맺힌 세월이었다”며 “4·3의 광풍으로 얼어붙었던 제주의 봄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를 간절했지만, 항상 차디찬 통한의 눈물을 삼키면서 속절없이 4월을 맞이했다”고 비장하게 낭독했다.
이어 “돌이켜본건대 그 모진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고, 금기의 역사로 묻힐 것을 강요당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역사로 드러내기 위한 애끊는 외침도 있었다”면서 “그렇게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제주4·3은 순차적으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과 보상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회는 특히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맞이하는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은 대통령님께 매우 의미 있는 추념식”이라며 “대통령께서는 지난 대선 후보시절부터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하셨고,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제주 7대 공약과 15대 정책과제에 제1순위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채택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 주셨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보수정당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 문제 해결에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지난달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주4·3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은 4·3희생자와 유족들, 제주도민들, 더 나아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원하는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회는 “재작년에 개정된 제주4·3특별법 후속조치들이 현 정부에서 순탄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가족관계 특례조항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규모있는 국가트라우마치유 센터 제주 설치, 직권재심합동수행단 인력 충원, 재심 무죄판결에 따른 형사보상 담당 제주지방법원 인력 충원 등에도 대통령님께서 따뜻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양성홍 제주4·3 행불인유족협의회장은 이날 “지난 70여년 간 우리 수형인들과 유족들은 수형인이라는 낙인과 주홍글씨가 두려워 피해사실도 억울함도 가슴 깊이 묻고 애써 외면한 채 숨죽이며 살아올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 통곡의 세월을 이겨내고 직권재심을 통해 영문도 모른 채 이념의 잣대 속에 낯선 지역에서 수감되고 그 중 또 일부는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영영 돌아오지도 못했던 수형인들의 억울함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낼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이어 “특히 4·3사건법에 따른 군법회의뿐만 아니라 일반재판도 직권재심을 본격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고 있음에 정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마지막 남은 한 명까지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제주4·3사건직권재심합동수행단의 검사인력 보강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동안 우리 희생자들과 유족들은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연좌제의 시퍼런 서슬을 피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부모로, 형제자매로, 가족으로 부르지 못했었다”면서 “그러나 2022년 7월 대법원규칙 개정으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진정한 가족을 잃어버린 우리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다시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제주의 봄, 4·3의 간절한 봄을 대통령과 함께 맞이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마무리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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