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에 취한 대학가… 지구대도 ‘불금’
곽소영 기자
입력 2023 03 12 18:24
수정 2023 03 13 00:07
‘홍익지구대의 밤’ 동행해 보니
개강 파티에 술집마다 인산인해
취객 대응 경찰에겐 끝없는 무전
만취 20대, 순찰차 바닥에 구토
인사불성 취객용 매트리스도 준비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10일 밤 12시. 유동진 홍익지구대 팀장은 만취한 20대 여성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온 경찰관들을 격려했다. 경찰관들은 오후 11시 30분쯤 “함께 술을 마신 일행이 몸을 가누지 못한다”고 하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순찰차에 겨우 탄 이 여성은 집으로 이동하는 내내 순찰차 바닥과 의자에 구토했다. 유 팀장은 “그나마 집 주소라도 알게 되면 다행”이라며 “완전히 만취했다면 집에 가다 다칠 위험이 있어 보호자에게 인계해야 하지만 인사불성이 된 상황에서 대화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다. 지구대 한쪽에는 취객이 몸을 뉠 수 있는 파란색 매트리스가 준비돼 있었다.
날씨가 완연해진 데다 대학들이 일제히 개강하면서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취객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취객 관련 신고는 3만 8210건으로 1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올해는 술자리가 늘어나고 관련 사건·사고 발생도 이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홍대 일대를 관리하는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은 주폭에 대응하고, 취객의 토사물을 치우는 일상을 대비하고 있다.
같은 날 밤 11시 40분에는 지구대의 유리문이 열리며 택시 기사 한 명이 술에 취한 60대 남성 한 명을 부축해 들어왔다. 비틀거리던 취객을 경찰에게 넘긴 기사는 “택시에 타도 마스크를 안 쓰길래 ‘마스크 좀 써 달라’고 했더니 욕설과 함께 행패를 부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술에 취해 말까지 더듬거리던 취객은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느냐”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30분 넘게 난동을 부리던 취객이 지구대를 나가자 안도의 한숨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 와중에도 무전기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이날 대학가는 4년 만에 돌아온 대학 행사에 온통 들뜬 분위기였다.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는 따뜻한 날씨에 과잠만 걸친 대학생들이 수십명씩 모여 빈자리가 있는 술집으로 몰려갔다. 개강 총회에 참석한 박민수(21)씨는 “지난해에는 신입생 8명에 선배 1명씩 조를 만들어 술을 마시고, 오후 9시면 집에 갔었다”며 “올해는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남윤지(21)씨는 “개강 총회 같은 학과 행사가 많아 빈자리가 있는 술집이 없다”며 “5명이 앉을 자리도 없어 그냥 나온 술집만 4곳”이라고 전했다.
마스크를 벗고 새 학기를 맞이한 대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대학가 자영업자들은 ‘기쁜 비명’을 질렀다. 중앙대 인근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다음달 초까지 예약이 꽉 차서 개강 일주일 만에 목이 쉬어 버렸다”며 “코로나19 이후 3년간 쌓인 빚만 1억원 이상인데 이제 손님이 많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글·사진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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