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있기에 더 아름다운, 이 별처럼 바라보고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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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별자리
정끝별 지음/ 문학동네
132쪽/ 1만 2000원

해와 달 갈라져 그리움 더 부각
쳇바퀴 달리는 고양이 같은 삶
먼 존재 보며 사랑 가능성 확인
시인 정끝별
시인 정끝별


다정하고 나직하게 시인이 지나온 삶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한없이 너그럽고 부드러운 그의 말을 듣는 우리에게 한 가지 결심이 설지도 모른다. 아무리 슬퍼도 결코 사랑을 멈추지는 않겠다고 말이다.



시인 정끝별(62)의 새 시집 ‘반려 별자리’를 읽는데, 어디서 시인의 목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았다. 시인과 시의 화자 사이를 엄밀히 구분하는 것이 이 세계의 도리이지만, 그래도 들려오는 소리를 막을 도리는 없었다. 그가 도란도란 풀어내는 ‘사랑의 역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하늘도 땅도 없고 낮도 밤도 없으니 계절도 없고 날도 없던, 날 아닌 날에// 해와 달은 한몸이었을 거야// 전자레인지에서 날달걀이 퍽! 하고 터지듯, 빙고 아니 빅뱅! 세상에 느닷없는 안팎과 앞뒤와 위아래가 생겼다는 그때// 해와 달도 낮과 밤으로 헤어졌을 거야”(‘사랑의 역사’ 부분)

하나의 몸이었던 해와 달이 갈라진다. 나와 너의 구분이 생긴다. 사랑의 역사는 너와 내가 찐득하게 얽히는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무수한 헤어짐 속에서 사랑은,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인 채로 있다면 사랑이 무슨 소용일까. 너와 내가 갈라졌을 때 우리의 사랑은 비로소 시작된다. 그때 사랑은 그리움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의 역사’ 첫 장은 이별이 장식한다. 해와 달이 낮과 밤으로 헤어진 그 순간부터.

“저 달을 따라 이 밤을 달려볼까?// 다문 턱을 들고 긴 꼬리를 치켜세우고, 어제가 반달이었으니 오늘은 채워질까 비워질까? … 달에게도 멈춤은 약속된 실패일까? 멈출 수 없으니 닿을 수도 없는, 도망 같은 달의 안녕은 밤에 가까울까 아침에 가까울까?// 꿈을 꾼다는 건 막살지 않겠다는 결심일 텐데/도망이란 멈추지 않아야 완성일 텐데/다만 지치지 않겠다며 리듬을 살려 도망치는 너는”(‘캣휠 위의 고양이’ 부분)

달을 바라보며 고양이가 달린다. 그러나 고양이는 캣휠 위에 있다. 달을 향해 달리는 것 같은데 가도 가도 달은 좀처럼 제 품을 고양이에게 내주지 않는다. 달은 멈춘 듯 도망치고 있다.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달려도 고양이의 생에서 달에 도착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달을 보며 힘껏 캣휠을 굴리는 고양이의 모습은 마치 우리를 보는 것 같다. 달 대신 무엇을 가져다 놔도 좋다. 신, 아름다움, 행복….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것. 저 멀리 있음을 알고,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 시인은 ‘바라봄’에서 지극한 사랑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 내가 너를 바라보면 너도 나를 바라본다/내게서 나온 것이 내게 들었다 다시 네게 들 때까지 내가 너를 바라보기 때문, 그건 내가 정말 잘하는 일 중 하나// 내 심장은 따뜻하고/너를 바라보는 오늘은 너무 짧아”(‘눅눅한 쿠키는 부드럽다’ 부분)

정끝별은 1988년 ‘문학사상’에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각각 당선되며 문인의 길을 걸었다. ‘자작나무 내 인생’,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모래는 뭐래’ 등의 시집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청마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등을 받았다. 시와 평론을 쓰며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집 맨 앞에 실린 시인의 말은 또 하나의 시처럼 읽힌다.

“어떤 부족의 노래는/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한 죽은 자의 길을 이끌고// 어떤 시인의 시는/ 갈 길을 찾지 못한 산 자의 길을 이끈다// 그러니 시야,/ 노래를 꿈꾸는 시야,/ 네 손을 내밀어줘!/ 까맣게 울고 있는 내게// 네게서 짙은 별 냄새가 났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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