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입추와 처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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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묵직하게 가라앉던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제 일요일 저녁, 한강 산책로에서 마주한 바람은 일주일 전과 확연히 달랐다. 한낮의 무더위는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어둠이 내리면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게 느껴진다.

불현듯 찾아온 변화는 절기상 입추(立秋)가 가져다준 반가운 선물이다. 오랜만에 열대야 없는 밤을 보낸 이들은 ‘입추의 마법’이라며 반겼다. 아직은 까마득해 보여도 조금만 더 견뎌 내면 이 용광로 같은 무더위 또한 씻긴 듯 사라지리라는 희망의 메시지에 힘을 얻는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입추이지만 본격적인 가을의 문턱은 처서(處暑)다. 입추와 백로(白露) 사이에 놓인 처서는 더위가 그치고, 선선한 계절로 접어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 처서는 이달 23일. 앞으로 열이틀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사이엔 삼복 더위의 마지막인 말복도 자리하고 있다. 폭염이 막바지에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입추 매직’에 이어 ‘처서 매직’까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랄밖에.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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