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강 라면’ 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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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편의점에서 그 기계를 처음 봤다. 전기레인지와 정수기가 붙어 있는 즉석 라면 조리기. 봉지라면을 뜯어 면과 수프를 용기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간단한 레시피인데 괜히 긴장되는 건 기계 옆에 안내문이 잔뜩 붙어 있어서다. ‘수프는 면과 함께 처음부터 넣으세요’라거나 ‘계란을 처음에 넣으면 바닥에 눌어붙어 탑니다’ 같은 경고성 안내문. “계란은 반숙” 같은 소신은 슬쩍 내려놓고 곁눈질로 조리해 본다.

한강에서만 이런 게 아니다. 구내식당 한쪽에 들어선 이 조리기를 쓸 때는 라면을 건네준 조리원이 제대로 끓이고 있는지 염려하는 시선이 느껴지고, 무인매장에서도 혹시 넘치진 않을지 3분 30초 조리 시간 동안 느긋하게 앉아 있질 못한다. 그래도 이런 긴장 덕분인지 면발에 탄력이 더 사는 듯하다.

한강 라면 조리기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도 뉴델리에서 이 조리기를 설치하고 라면 체험 행사를 열었더니 1만 4000명이 왔다.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판촉전도 성황이었다. 긴장이 더해져 더 맛있는 라면을 전 세계가 맛보면 좋겠다.

홍희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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