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못 풀면 “특수학교 출신이야”… ‘복붙’ 출제 교사들 폭언·폭행의 민낯
강동삼 기자
입력 2023 05 11 23:51
수정 2023 05 12 20:00
기출문제 ‘복붙’… 중간고사 수학 재시험 학교
출제 해당 교사들 폭언·폭행도 추가 폭로돼 파장
학부모 민원 속출… 교육청 12일 즉각 감사 착수
수학 잘 하는 아이 답으로 그 아이가 시험 채점도
학생들 보는 앞에서 머리채 잡혀도 아무 조치 없어
일각 “교육청 감사해도 솜방망이 처벌… 안 변해”
해당학교의 B 학부모는 11일 오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교육청에 해당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평소 입에 담지 못할 악담과 폭언, 차별을 해온 인권침해와 관련 민원을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청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다수가 인권조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하필 이 학교가 12일 개교 기념일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청이 어떤 처방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권침해한 교사들은 하필이면 기출문제를 재출제한 장본인들로 2학년 C교사와 3학년 D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번 재시험 파문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한결같은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번 재시험과 관련, 교육청 감사때 교사들의 인권침해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실제 기자 이메일로 보내 학생들의 차별대우를 소상히 제보했다. 이미 재시험이 불거지자 다른 학생들도 교육청에 인권침해 문제도 함께 조사해달라는 내용으로 민원접수가 잇따르고 있는 상태다.
이메일 제보 등에 따르면 “D 교사는 반에서 수학을 잘 하는 친구의 답을 확인도 하지 않고 그 답으로 친구에게 채점을 맡기는가 하면 성적까지 공개해 무안을 주고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 계급을 만들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같은 일로 학교에 개선을 건의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게 없었다”고 절망했다.
반면 2학년 C교사는 “야 이X아”,“야 이 XX들아”라며 욕설을 대놓고 하거나 수학문제를 못 풀면 “특수학교 출신이냐”라며 비하하는 발언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 아이가 선생님한테 손찌검 당하는 걸 보고 왜 아이를 때리느냐고 따진 학생이 되레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에게 머리채를 잡혔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은 학교도 다 알고 선생들도 다 알지만 “30년 넘게 이 학교에 계신 선생들이라 우리같은 젊은 선생들은 어쩔 수 없단다”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허탈해했다.
이번 중간고사때 어떤 반은 시험 감독관이 5분 일찍 들어가서 그 반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미리 주고 5분을 더 주기도 해 교사가 공정성을 잃었으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했다.
앞서 지난 3일 실시한 1학기 중간고사 중 2·3학년 수학교과에서 기출문제를 재출제하는 일이 발생해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2023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 중 수학교과에 대한 재시험 실시 안내’ 란 제목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재출제된 수학과목은 26문항 가운데 2학년 7문제와 3학년 13문제 등 총 20문제로 과거 기출문제에서 그대로 ‘복붙’하듯 재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시험은 3학년 15일, 2학년은 16일 각각 1교시에 다시 치러진다.
이같은 사실은 학생들이 제주시교육지원청에 먼저 신고하면서 폭로됐다. 그만큼 학교가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메일 말미에 “학생 인권을 짓밟는 교사들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길 바란다”면서 “달라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며 호소했다.
스승의 날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아쉽게도 스스로 교권을 추락시키고 있는 교사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교육계는 씁쓸해 하고 있다. 재시험 문제가 불거지자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지난 10일 “해당 학교 수학 과목 뿐 아니라 다른 과목까지 모두 감사에 착수한다”면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날 경우 제주 전 학교로 전수조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립학교여서 감사 결과에도 처벌이나 징계는 솜방망이로 그치고 교사들은 다시 돌아오고, 그리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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