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민폐 사이’… 제주 이호해변은 ‘신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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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해변 옆 말 등대 방파제 진입로는 이른 피서객들이 일몰 직전부터 몰려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술판까지 벌여 지나가는 행인들의 불편을 겪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호테우해변 옆 말 등대 방파제 진입로는 이른 피서객들이 일몰 직전부터 몰려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술판까지 벌여 지나가는 행인들의 불편을 겪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주 주요 해수욕장 개장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호테우 해수욕장에는 이른 피서객들이 해변 방파제로 몰려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술판을 벌여 산책 나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호테이 해수욕장 개장도 하기 전부터 말등대 방파제 취사하며 술판 길게 벌어져지난 15일 제주시 이호테우 해수욕장 말 등대가 있는 방파제 진입로에는 일몰직전부터 캠핑족, 텐트족, 차박족, 관광객 등 피서객들이 취사 금지 현수막을 비웃듯, 야외용 취사도구를 구비해 와 삼겹살, 라면 등 요리를 해먹으면서 100여m 가까이 길게 술판을 벌이고 있다. 해변 쪽 방파제에 더 이상 돗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일행들은 주차장은 물론 반대편인 도두 해안 방면 방파제까지 점령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술판을 벌여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15~16일 이틀간 서울신문이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들어 이호테우해수욕장에는 ‘야영 및 취사 금지’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러나 ‘취사행위금지, 쓰레기 되가져가기, 텐트설치 금지’ 문구를 비웃듯, 바로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냄새를 진동하고 매캐한 숯불 연기를 자욱하게 내뿜어 지나가는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캠핑족, 텐트족들은 음악까지 크게 틀어 일부는 흥청망청 밤새 즐기느라 날 새는 줄도 모를 정도다. 현수막은 한마디로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때 4인이상 집합금지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팬데믹땐 그나마 깨끗했던 환경이 엔데믹 이후 다시 지저분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맞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으로 주민들의 삶이 침범되는 현상)으로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곳에 산책 나온 주민 L씨는 “5월 이후 저녁마다 멀리서 부터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모습이 일상이 된 지 오래여서 이 해변 방파제를 피해 산책하게 된다”면서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캠핑족과 피서객들이 뒤엉켜 즐기다가 자칫 사고가 날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이호테우 해변 말 등대 로 가는 방파제 진입로에는 취사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지만 바로 앞에서 일부 피서객들이 요리를 해먹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호테우 해변 말 등대 로 가는 방파제 진입로에는 취사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지만 바로 앞에서 일부 피서객들이 요리를 해먹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로 가는 방파제 울타리에는 취사금지와 텐트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로 가는 방파제 울타리에는 취사금지와 텐트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 현수막은 무용지물… 해수욕장에선 취사금지땐 단속할 수 있지만 해수욕장 밖에선 처벌 규정 없어그러나 일각에선 낭만 앞에서 무조건 통제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엔데믹 맞아 집합금지가 풀리는 등 숨통이 트여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최대한 취사는 금지 시키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선까지 자유롭게 허용하고 쓰레기를 되가져가거나 재활용센터에서 분리 배출하는 계도 활동을 꾸준히 벌이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수욕장을 산책하던 관광객 P씨는 “젊은이들이 여행 와서 모처럼 멋진 해변과 노을을 보며 낭만을 즐기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음식을 먹은 뒤 깨끗하게 뒷정리하고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좀 너그럽게 이해해 줘도 좋을 듯 싶다”고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이호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일주일에 1~2건씩 민원이 들어온다. 주로 캠핑족이나 한달살이 하시는 분들이 와서 이용하는 등 관광객과 시민 반반 섞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해수욕장 안에서 취사하다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 10만원을 물리지만, 해수욕장 밖인 방파제에서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계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나마 종종 쓰레기를 놔두고 가는 경우가 있어 폐쇄회로(CC)TV를 확인 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지난 16일 해수욕장 개장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호테우해수욕장을 방문해 개장에 차질 없도록 안전 점검을 하는 등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제주시 제공
강병삼 제주시장이 지난 16일 해수욕장 개장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호테우해수욕장을 방문해 개장에 차질 없도록 안전 점검을 하는 등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제주시 제공
#제주시, 편의시설 안전 점검 및 계절음식점 오픈 준비 등 현장 점검때마침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강병삼 제주시장이 이날 이호테우해수욕장을 방문해 관계자를 격려하고 해수욕장 개장에 따른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공중화장실 안심비상벨 작동여부와 화장실 청결 상태를 확인하는 등 해수욕장 편의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 점검과 계절음식점(약 100평규모) 준비 현장을 방문해 깨끗한 위생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강 시장은 “해수욕장 개장기간 동안 이용객들의 불편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살피고 식중독은 물론 시설이용에 따른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달라”며 “바가지요금 기승으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오는 24일 조기개장하는 제주시 관할 해수욕장은 금능, 협재, 곽지, 이호테우, 함덕해수욕장 등 5곳이며, 7월 1일부터 개장하는 해수욕장은 삼양, 김녕, 월정 등 3개소이다. 특히 이호테우, 삼양 등 2곳은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야간 개장해 오후 8시까지 개장 시간을 한 시간 연장할 계획이다.

글 사진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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